MBA에 오기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의료기기 업체에서 10년 가량 일을 했었습니다. 회사의 도움을 받아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 다시 그 회사로 돌아갈 예정입니다만, 언젠가는 start-up에서 일을 하거나 start-up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 미국에서 가능한 많은 Start-up과 VC에 대한 생태계를 경험하려고 노력중입니다.
San Francisco에 있는 boutique consulting firm에서 start-up들의 business plan과 venture capital을 연결해 주는 일을 파트 타임으로 하면서 한국에서의 사업환경과 미국에서의 사업환경의 차이에 대한 느낀점을 몇가지 적어봅니다. 다소 냉소적일 수도 있는데, 이점 이해하시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1. Main market의 한 가운데 있는 장점
먼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입니다. 미국 healthcare market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전 세계의 50%를 차지 합니다. 미국에서의 성공은 global market에서의 성공을 의미하며, 타 지역의 성공이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습니다. 매우 배타적이며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미국 이외의 회사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할 경우는 극히 드물며, 특히나 외국 회사의 새로운 기술이 미국의 FDA에서 승인을 받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닙니다. 암묵적으로 미국 회사가 동일한 기술을 보유할때 까지 승인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기도 하지요. FDA의 핵심 advisory board들은 제약회사와 medical device에 기술을 컨설팅하고 자문을 해주는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FDA의사 결정이 미국 회사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는 짐작하시겠지요.
제 블로그를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미국의 healthcare system을 움직이는 가장 큰 세력은 의사들도, 제약회사도, 병원들도 아닌 보험회사(private payer, public payer)들입니다. 이들의 정책이 바뀔때마다 의사의 수입도, 제약회사의 이익률도, 제조회사의 매출도 휘청 휘청하게 됩니다.
Case1:최근 오바마정부의 의료개혁 중 하나로 정부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진단 영상장비에 대한 utilization rate을 60% 수준으로 낮추라는 Medicare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60% 까지만 reimburse를 해주겠다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러하면 Mammography, CT등을 공급하는 제조회사는 말그대로 치명타를 입게 됩니다. 미국 회사들은 이러한 결정이 있기 전에 핵심 정보를 공유합니다. 외국 회사들은? 특히 일본, 한국의 회사들은 앉아서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Case2: 부시 행정부 때 Medicare Part D라는 법안을 통과 시켰습니다. 이 법안을 통해서 65세 이상이 처방약에 대한 보험혜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약 소비가 늘었다는 이야기지요. 제약 회사는 연간 20%가 넘는 매출액 증가를 보았습니다. 이 법안을 주도했던 인물은 법안 통과 이후에 메이져 제약회사의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하지요.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행하는 마케팅비용, 연구개발비용에 대한 투자의 결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이익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제조사(제약, 의료기기)가 보험회사와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다는 것이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의사결정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미국에 적을 두지 않은 회사가 이러한 macro trend에 맞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까요? 지역의 차이에서 오는 의사결정의 시간차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2. 개발 인력의 quality
미국의 고급 engineering 인력은 90년대 초반을 전후해서 Electrical Engineering과 Mechanical Engineering에서 Bioscience 및 Biomedical Engineering으로 이동했습니다. 미국 내의 고급 인력들이 이러한 이동을 함에 따라서 EE와 ME는 인도계, 중국계, 한국계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지요. 실리콘 벨리의 Hi-tech회사들이 인도카레 향기와 중국 향초 향기에 점령된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실리콘 벨리에서 Hi-tech회사들에 비추어 규모나 이익측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한국에는 잘 안알려져 있지만) biotechnology회사나 medical device회사에는 미국 본토 인력들이 그 세력을 강하게 형성하고 있고, 특히나 ecosystem의 중심에 있는 제조사들의 C-level 임원들, venture capital GP, LP들, investment banking의 managing director 급들, senior consultant 들은 피부가 하얀 사람들이 아니면 그 예를 찾아보기가 드문것이 현실입니다.
이와 더불어 최고급 연구인력들이 국가의 펀드(DOD, HHS, NIH등)와 민간펀드(VC, Corporate VC등)의 지원을 받아서 기초연구에 매진하고 그 결과를 그들끼리 공유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통신, IT, 반도체, 전자산업에 집중되어있는 한국의 개발인력풀중에 얼마나 경쟁력있는 사람들이 medical device나 biotechnology에서 선도 기술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의 대학교육의 현실또한 그러합니다. 공대와 이과대는 벌써 경쟁력을 잃었고, 그나마 전자, 컴퓨터를 제외하면 상황이 암울한 것도 현실입니다. Medical Device 핵심기술의 원천이 되는 bioengineering을 공부하는 과가 우리나라에 있었던가요. Research가 중심에서 멀어져버린 Medical School과 이를 졸업한 physician들의 기초연구에 대한 외면도 극복해야 하는 큰 장벽 중에 하나입니다.
3. Start-up에 제공되는 resource
제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at San Francisco)의 한 실험실에서 국가의 지원을 받아서 개발한 기술을 상품화하는 것입니다. UCSF는 한국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UCSF Medical Center가 전미 병원 랭킹 5위에 오를 정도의 인지도 있는 병원이고 UCSF는 medical school을 중심으로 biomedical engineering등의 전공이 미국에서 상위에 랭크되어있는 학교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력을 보면 UCSF Medical Center와 Cleveland Clinic의 의사들, UCSF biomedical engineering 교수와 박사과정 학생들, 저와 같은 MBA들, 그리고 VC firm에서 파견된 파트너 들입니다. 정말 탄탄한 인력구성이죠. 시장에 대한 이해, 핵심 기술, 필요한 자본, 임상적 지원, healthcare public policy에 대한 실시간 follow-up등이 가능한 인력구성입니다. 이 사람들이 10주 동안 필요한 안건들을 하나씩 검토해 나갑니다.
- 시장의 크기는 얼마이며, 성장율과 예상 마진은 얼마인가?
- 시장에서는 어떤 기술이 상용화가 되어있으며, 이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인가?
- 필요한 자본은 어느정도이며, 자본을 어디서 어떤 형태로 충당할 것인가?
- 새로운 기술이 소개 되었을 때, 이를 사용하는 medical staff들의 반응은 어떠할 것이며 risk는 무엇인가?
- Healthcare value chain에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 각 stake holder에 돌아갈 financial incentive는 무엇인가?
- 가장 중요한 stake holder인 private, public payer에게는 어떤 이익이 돌아가는가?
- Healthcare public policy에서의 risk factor는 없는가?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advisory team 구성이 가능할까요?
4. Venture Capital의 지원
이전 블로그에서 제가 했던 미국 VC의 ecosystem에 대한 강의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VC는 투자자금에 대한 회수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에 매우 심사숙고 해서 투자를 결정하고, 한번 투자를 결정하면, start-up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합니다. VC의 GP(general partner)들 중에는 start-up으로 3-4회 이상 성공해 본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도움을 start-up에게 주어야 하고, 어떤 회사, 사람들과 연결을 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매우 정통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리드하는 start-up들은 핵심 기술이 가치가 있다는 전제하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요.
기본적으로 VC는 equity financing을 합니다. 즉, 주식을 이용해서 자금을 모은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Start-up회사가 망하면 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만 손해를 집니다. 대부분의 금액이 VC에서 나오기 때문에 VC만 손해를 보는 것이지요. 물론 10~20만불 정도는 창업주가 투자를 하는 것이 관행이기는 합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은 debt financing이 주류를 이루죠.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이 때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연대보증입니다. 은행에서 1억을 빌리면 창업주가 연대 보증을 서게 되어있습니다. 회사가 좀 더 커지다가 보면 10-20억 연대보증 서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이러다가 회사가 망하게 되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위장이혼을 하게 되고, 외국으로 도피를 하게 됩니다. 한국의 창업주는 이에 대비해서 부부간의 재산을 분명히 구분하고, 외국으로 자금을 도피시키는 행위들을 합니다. 망하면 어떻게 된다구요? 3대가 망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다시는 재기할 수가 없죠.
미국은요? 아이템이 좋았고, 도덕적으로 창업주가 문제가 없었다면 다시 기회를 줍니다. VC가 다시 찾아와서 투자를 하고, 개발을 장려하고, 시장에 도전합니다. 이러한 사이클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성공했을 때의 return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몇번의 실패에도 다시 기회를 주는 여건이 되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start-up이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려면 코스닥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문호를 넓혀주고, M&A의 시장에 대한 제도적, 문화적 장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VC 가 성공적으로 exit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어야 VC의 투자의 선순환이 이루어 지기 때문입니다. 그와 더불어서 Venture Capital이 투자하는 형태를 미국처럼 가져가야 하고 VC의 역량을 높여야 합니다. 단순히 돈만 투자하고 회계장부만 들어다 보는 것이 아닌 아닌 회사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들이 VC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질문을 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VC가 한국에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면 되지 않냐'. 저도 미국의 현지 VC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하고 다녔습니다. 미국 1위 VC인 NEA, 한국에 잘 알려진 Sequoia Capital의 GP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아시아에 투자를 어떻게 하냐?. 대부분의 대답은 아시아는 자기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early stage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제품이 나오고, 시장에서 성공이 확신되면 그 때 들어가는데 그 때는 대부분 IPO나 M&A를 2-3년 앞둔 late stage이다. 투자에 대한 return은 작지만 risk를 줄이는 방향으로 투자하고 있다 라고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실제로 지역적인 거리 때문에 동부의 VC는 서부회사에 투자를 꺼리고, 서부의 VC는 동부의 회사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법과 문화가 다른 아시아는 말할 것도 아니지요. 상황이 이러하면 정말 필요한 자금과 경험많은 VC로 부터의 mentoring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요즘은 미국의 VC fund가 한국에 직접 office를 내는 사례가 많아 지고 있는데, 이런 경우를 통해서라도 한국의 좋은 start-up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맺으며,
1번에서 4번중에 과연 한국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일까요. 단순히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다고, 정부주도로 원주나 오송에 벨리를 만든다고, 없던 전문가, 개발인력, 자금줄이 생길까요?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하나씩 풀어갈 과제입니다. 문제만 잔뜩 나열해 놓은 것 같아서 마음이 좀 불편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누군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하나씩 극복해야 겠지요. 저도 동참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