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라고 해서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고, 주로 중간/기말 시험 채점에 수업방향에 대해서 교수님이랑 의견교환 하는 것 정도지요. 지난주에 중간고사 채점을 했는데, 100점 만점에 class average가 80점 정도 나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비교적 괜찮은 점수 같아서 교수님께 가져갔는데, 얼굴이 사색이 되시더군요.
교수님: '어... 왜이렇게 평균이 낮지?'
나: '80%정도면 괜찮은 점수 같은데요'
교수님: '대학원생은 학부생보다 점수가 높은것이 일반적인데'
나: '공부는 학부생들이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요', 제 경험으로도 대학원생들은, 특히 MBA들은 수업은 항상 뒷전이니까요.
교수님: '채점한것 한번 봅시다'
몇개를 샘플로 검토한 결과 제가 채점한 방식이 너무 가혹하다는 결론을 내리시더군요. 일단 저는 답이 틀리면 50%를 감점했습니다. 엔지니어링 스쿨에서의 경험도 그렇고, 과정보다는 의사결정의 결과가 중요한 경영학에서도, 계산의 결과가 A냐 B냐에 따라서 투자를 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과정상 한두가지의 오류보다는 최종 결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제 논리가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결국은 채점을 다시하게 되었습니다. '평균 점수를 90%수준까지 올리도록 해봐라'라는 부탁을 안고 말입니다.
정황을 분석해보면, 제가 도와드리는 교수님은 테뉴어를 받지 않은 렉처려 신분의 노교수님이시라 학생들의 피드백이 다음 계약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상황이시거든요. 열심히 강의해서 테뉴어를 목표로하는 젊은 교수님도 아니구요. 강의질도 중요하지만, 손에 받아든 시험지의 점수가 심정적으로 개개인에게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학기말에 있을 강의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요.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수업을 그리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것은 아닌것 같다라는 것이 짧은기간동안 제가 느낀 점이었습니다. 물론 열정적인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허덕허덕거릴 정도로 준비하고 따라가기 힘든 일정을 소화합니다. (70%이상은 이런 수업들) 그 와중에 니치마켓을 공략하시는 교수님도 있다는 점이 한국과 미국의 대학수업이 그리 다르지 않다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은 매우 오래 교단에서 살아남으시지요... 바뀌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제가 도와드리는 교수님에 대한 안좋은 글이 되버렸네요. 그냥 사람사는 동네는 다 거기서 거기다 라는 정도로만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중에 버클리 MBA 09이 있으시다면 제가 수강했던 그 관리회계 교수님(DS) 수업의 조교를 맡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심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