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기전에 제가 알던분의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떨어져 팔이 부러졌는데, 학교에서 구급차(앰뷸런스)에 태워서 응급실에 보내 치료했다고 합니다. 빨리 대응해준게 고마웠지요. 그런데 나중에 고지서를 보니, 병원비로 3만불이 청구되었고, 결국은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그 반액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병원과 합의를 보았다고 합니다.
위의 예에서 한국에 오랬동안 살았던 한국 사람으로서 이해가 안되는게 두 가지 있습니다.
1. 앰뷸런스에 태워서 응급실을 갔는데 비용이 3만불이 나왔다.
2. 현금으로 네고쳐서(남대문 시장도 아니고) 반땅으로 합의를 보았다.
의아 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미국 의료시스템의 현 주소입니다. 먼저 상상을 초월하는 의료비용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모든 병원들이 서비스 항목에 대한 list price를 공지하도록 법률화 되어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병원도 식당처럼 메뉴판과 그 가격을 공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Chargemaster(CDM)라고 부르는데, 캘리포니아 주정부 웹사이트를 가면 열람할 수 있습니다. http://www.oshpd.state.ca.us/HID/Products/Hospitals/Chrgmstr/index.html
몇가지만 알아볼까요.
Case 1: 저는 한국에서 병원을 거의 가지 않았기 때문에 흔한 맹장 수술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다만 애들이 둘 있으니 대학병원 기준 자연분만 자기부담금이 6년전쯤에 30만원가량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국에서 애를 낳은 제 친구가 개인병원, 자연분만 케이스에서 3만불짜리 청구서를 받았었습니다. 물론 보험이 되었기 때문에 실제 부담한 금액은 몇천불 수준이었지요. 그래도 상상을 초월하는 청구서에 한국보다는 10배 이상 비싼 자기부담금에 다들 놀라워했습니다. 제왕 절개를 하면? 10만불이 넘는다고 하고, 만약 애기가 인큐베이터에 들어간다면 100만불이 쉽게 넘는다고 하지요.
Case 2: 미국 정착 초기에 큰애가 폐렴에 걸렸었습니다. 미국에 들어온지 3개월이내에는 private insurance을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입한 여행자보험(유학생보험)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보험은 일단 병원비를 제가 지불하고 나중에 보험금이 제게 지급되는 형태였습니다. 큰애가 감기 비슷한 증세를 보이며 열이 39도를 넘나들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병원에 가려고 동네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예약을 먼저 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그 다음날에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고(30분 가량), 처방전은 받지 않았는데, 병원비가 300불이 나왔었습니다. 이틀 있다가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서 다시 갔더니 폐렴이라고 진단하고, 주사를 두 방 주었습니다. 병원비는 200불. 약국에서 약을 사는데 처방약이 50불 가량 하더군요. 병원 두 번 방문에 조제약까지 총 550불 정도를 지불 했습니다. 한국이라면 병원 두번에 만원, 약값이 한 오천원했겠지요.
Case 3: 미국 healthcare system에서 일하시는 분이면 누구나 잘 아는 미국에서 가장 큰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HMO라고 하지요)에서 일을 좀 했었습니다. MBA이다보니 financial analysis에 대한 일을 했었는데, 이때 미국 의료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게되었습니다. 미국에는 Trauma Center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응급실에서 모든 일을 다 처리하는 것으로 아는데(만약 아니라면 정정을 부탁드립니다), 미국에서는 수술이 필요한 응급상황은 Trauma Center에서 처리하고 Emergency Room과는 다른 역할을 합니다. Trauma Center는 주 정부의 인가를 받아서 지정되는데, Level 1부터 Level 3까지 있습니다. 물론 Level 1은 대학병원처럼 최고의 의료시설을 갗춘 병원이 해당됩니다. 미국 드라마 Grey's Anatomy를 보시면, 이 병원의 Trauma Center가 Level 1입니다. 총상환자, 교통사고 환자, 대형 재난등으로 부터의 환자가 주 고객이며, 거의 대부분 앰뷸런스에 실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병원에 도착하지요. Level 1 Trauma Center로 내원한 환자가 5일동안 병원에 머무르면서 필요한 수술을 받았을 때 청구되는 평균 금액이 과연 얼마일까요. 2008년 기준으로 $100,000입니다. 1억이 넘는 돈이지요. Trauma Center로 일단 들어와서 Trauma 환자로 분류되는 순간에 charge되는 비용이 $13,947입니다. 들어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1시간있다가 그냥 퇴원해도 $13,947이 청구된다는 이야기지요.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가능한 의식을 차려서, 달려온 앰뷸란스를 타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요? 왜 그래야 합니까?
다시 Charge Master로 한번 돌아가서 몇가지 의료서비스의 청구 금액을 알아보겠습니다. 2008년 California 주정부 website에 올라온 2007년 청구 금액(list price)입니다. (몇개 병원에서 뽑아온 수치로 병원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 일반 병실 1일 입원비: $2,750
- ICU(중환자실) 1일 입원비: $7,000
- 5시간 일반 수술: $21,414
- 10시간 일반 수술: $39,062
- 8시간 Open Heart Surgery: $63,811
위의 숫자를 액면 그대로 볼 수는 없습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입원비를 적게하고 수술비를 많이 청구하기도 하고, 다른 병원에서는 그 반대로 하기도 하기 때문에 각 숫자를 합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만, 미국의 병원에서 청구되는 비용에 대해서 기초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위의 숫자가 의미 있다고 봅니다. 맹장염에 걸려서 수술하고 3-4일 정도 입원하면, $35,000 가량이 청구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요.
그러면 US Healthcare System의 악의 축은 미국 병원일까요? 통계를 보면 미국 병원의 Net Profit(수익에서 비용을 모두 빼고 세금도 떼고)은 수입의 2~3%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의 돈을 못번다는 이야기지요. 제약회사의 Net Profit이 30%에 육박함을 인지하고 보면 병원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못버는 상황에 있는 것입니다.
위에서 청구된다고 하는 금액은 말 그대로 청구만 하는 금액이고, 실제로 입금되는 금액은 다릅니다. 이 때 각종 negotiation이 이루어 집니다. 누구하고요? Payer들 하고지요. 앞에서 어러번 설명을 했지만, 사보험 회사들 그리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보험들, 그리고 보험이 없는 개인들과의 협상이 케이스별로 벌어집니다. 물론 커다란 보험회사들과는 연단위로 계약을하겠지요. 그래서 개인이 병원과 현금으로 협상이 가능하기도 한 것입니다. 미국의 보험회사가 몇개라고 했습니까? 캘리포니아주에서만 30개가량 된다고 말씀드렸지요. 각 병원들이 각 보험회사들과 각기 다른 계약을 맺습니다. 그럼 도대체 계약서가 몇개나 될까요? 복잡하다고 하고, 영어로 fragmented되었다고 하는 US Healthcare System의 좋은 예입니다. 병원입장에서는 청구된 금액중에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Collection Rate이 중요합니다. 중간에 돈을 받아주는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수수료를 챙기는 조직들이지요. 국가 의료비용이 줄어들겠습니까? 늘어나겠습니까? 의료 서비스에 이름모를, 정체모를 단체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형태이지요. 과연 오바마가 이러한 시스템을 한국과 같은 Single Payer, Universal Healthcare system으로 만든다고 하면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Health Reform에 대해서 말도안되는 논리들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놀랍습니다. Emergency care 비싸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들었는데 이 정도일줄은 몰랐습니다. 세상에, 정말 말이 안되네요. 엠뷸런스 오면 그냥 돌아가라 해야 할 정도...
답글삭제얼마 전에 감기 걸려서 PPO doctor 한테 진료받았는데 260불이 나왔습니다. 학교 보험인데, 보험회사에서 커버 못해준다고 해서 제가 내야 할 상황입니다. ㅠㅠ 한국에서는 본인부담금 3000원에, 의사가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돈이 만원입니다. 황당하지요...
감기로 보험회사가 커버 안해줬다면 혹시 H1N1?
답글삭제한국장점과 미국의 단점을 극단적으로 본거지. 실상에는 미국의 장점과 한국의 단점도 많아.